주유소 앞을 지나칠 때마다 기름값 전광판을 보는 게 두렵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지난 2월 말만 해도 리터당 1,750원 정도였던 휘발유 가격이 전쟁 발발 후 연일 치솟더니 어느새 2,000원을 넘어섰거든요. 출퇴근용 차를 굴리는 제 입장에서는 한 달 기름값만 해도 부담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29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제를 다시 꺼내 들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이게 정말 효과가 있을까, 또 다른 형태의 임시방편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먼저 들었거든요.

정유사 공급가 상한선, 실제로는 어떻게 작동하나
최고가격제라는 이름만 들으면 뭔가 모든 주유소에서 동일한 가격에 기름을 팔 것 같지만, 실제 작동 방식은 좀 다릅니다. 정부가 이번에 도입한 제도는 정유사가 주유소에 기름을 넘길 때 적용되는 도매가격, 즉 공급가에만 상한선을 두는 방식입니다. 구체적으로는 3월 13일 0시부터 정유사들이 휘발유는 리터당 1,724원, 경유는 1,713원, 등유는 1,320원 이하로만 공급해야 합니다(출처: 산업통상자원부).
여기서 '공급가'란 정유사가 원유를 정제한 뒤 전국 주유소와 대리점에 넘기는 도매 단계의 가격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소비자가 주유소에서 보는 최종 판매가격이 아니라 그 이전 단계에서 정해지는 가격인 셈이죠. 제가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헷갈렸던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었습니다. 주유소 간판에 붙은 가격이 일률적으로 통제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도매가만 묶어두고 최종 판매가는 각 주유소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남겨뒀더군요.
그럼 주유소는 마음대로 폭리를 취할 수 있는 거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정부도 이 부분을 고려해서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했습니다. 정유사 공급가 대비 판매가 상승률이 높은 상위 30개 주유소를 공개하고, 두 차례 연속으로 여기에 이름이 오르면 전방위 조사에 들어간다는 방침입니다. 과태료나 영업정지까지 갈 수 있으니, 주유소 입장에서도 함부로 가격을 올리기 어려운 구조가 된 셈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려면 소비자들이 직접 가격을 비교하고 신고하는 문화도 중요한데, 오피넷 같은 앱으로 실시간 가격을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면 좀 더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유소 판매가는 여전히 제각각, 소비자가 챙겨야 할 것
최고가격제가 시행된다고 해서 전국 주유소 가격이 하루아침에 똑같아지지는 않습니다. 앞서 말했듯 정유사 공급가만 상한선이 정해졌을 뿐, 주유소가 자체적으로 책정하는 마진은 여전히 자유입니다. 서울 강남 한복판 주유소와 경기도 외곽 주유소의 땅값, 인건비, 운영비가 다르니 최종 판매가에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죠. 실제로 제가 사는 동네만 해도 같은 브랜드 주유소인데 200m 떨어진 곳과 리터당 50~100원씩 차이가 나는 경우를 종종 봤습니다.
그래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발품'을 팔아야 합니다. 오피넷이나 각종 주유소 가격 비교 앱을 활용해서 내 동선상 가장 저렴한 곳을 찾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정부가 공급가 상한선을 정해놨으니 도매가 자체는 투명하게 공개됩니다. 만약 어떤 주유소가 공급가 대비 지나치게 높은 마진을 붙인다면, 소비자들이 직접 확인하고 다른 주유소로 발길을 돌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죠.
다만 제가 우려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최고가격제가 장기화되면 정유사나 주유소 모두 적극적으로 물량을 공급하거나 판매할 유인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윤이 제한되니 굳이 열심히 팔 이유가 없어지는 거죠. 그렇게 되면 오히려 공급 물량이 줄어들어 품귀 현상이 생기거나, 뒤늦게 가격이 더 치솟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행 같은 전문기관에서도 이런 우려를 제기한 바 있습니다(출처: 한국은행). 그래서 정부도 이 제도를 한시적으로만 운영하겠다고 못 박았지만,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시적'이라는 말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국제유가 변동과 2주 단위 재조정, 앞으로가 관건
최고가격제의 핵심은 국제유가 변동을 어떻게 반영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정부는 2주마다 최고가격을 재설정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기준 가격은 지난 2월 마지막 주 정유사 공급가로 고정하되, 싱가포르 석유 제품 가격 변동률을 곱해서 새로운 상한선을 산출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싱가포르 석유 제품 가격'이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원유와 석유 제품이 실제로 거래되는 현물 시장 가격을 의미합니다. 미국 WTI나 영국 브렌트유 가격을 뉴스에서 많이 접하지만, 실제로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는 싱가포르 시장 가격과 더 밀접하게 연동되기 때문에 이 기준을 택한 겁니다.
문제는 국제유가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가 길어지면 전 세계 원유 공급의 25%가 차단됩니다. 과거 1973년 1차 오일쇼크 때는 유가가 475%나 폭등했습니다. 지금은 아직 30~40% 오른 수준이니 이제 시작일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만약 3월 말까지도 전쟁이 진정되지 않으면, 2주 단위로 재조정되는 최고가격 자체도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정유사 손실을 재정으로 보전해준다고는 하지만, 재정도 무한정은 아니니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조치가 급한 불을 끄는 데는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제가 사는 동네 주유소도 13일 이후로 가격이 소폭 내려간 걸 확인했거든요.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결국 전쟁 종식과 국제유가 안정입니다. 최고가격제는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 이걸로 모든 게 해결됐다고 착각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2주마다 발표되는 새로운 상한가를 주의 깊게 지켜보면서, 국제 정세 변화에도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시점입니다.
정부가 30년 만에 꺼내 든 석유 최고가격제는 분명 소비자 부담을 일정 부분 완화해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제도가 장기화되면 공급 위축 같은 부작용도 우려되는 만큼, 전쟁 상황과 국제유가 추이를 면밀히 살피면서 유연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비상 조치는 초기 효과는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한계가 드러나기 마련이니, 개인적으로도 불필요한 운행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적극 활용하는 등 스스로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